CHA Jongrye
CHA Jongrye 차종례
“작가의 작업에서 가장 강력하게 감지되는 것이 뭔가. 에너지다. 다른 말로 치자면 기운이고, 생명(그리고 생동)이고, 호흡이고, 운동이다. 에너지는 도처에 있다. 존재하는 것치고 에너지 아닌 것이 없다. 헤라클레이토스는 흐르는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고 했다. 흐르는 강물은 시간이다. 시간 자체가 이미 에너지의 한 존재방식이다. 에너지의 틀이다. … 여기서 작가는 자연현상에서 에너지를 발견하고 표현하는 점이 다르다. 정해진 형태도 색깔도 따로 없는 에너지에 물적 형식을 부여해 감각적 대상으로 전이시켜놓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 2019 차종례 개인전 서문 「에너지의 꼴, 의지와 욕망의 사용법」 중에서, 고충환
차종례는 자신의 작품에 생명을 잉태하는 에너지를 담는다. 시간은 생명 에너지의 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조건임을 알고 있는 작가는 매일 10cm 내외 깊이의 나무 조각을 다듬으며 시간의 흔적을 작품에 새긴다. 그는 초창기에 구상적인 부조 조각 시리즈를 탐구하다가 점차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작품으로 형태를 갖춰나갔다. 차종례의 추상 조각에는 재료 본연의 자연스러운 나무 무늬와 강가의 모래를 연상시키는 질감, 평면의 수동성과 원뿔의 공격성이 하나의 뿌리를 둔 것처럼 보이며 에너지의 팽창을 극대화 시킨다. 이러한 과정은 그의 작품에서 숭고 의식과 긴장감을 동시에 발생시키는 힘이다.
그는 나무라는 재료를 자신의 조형적 욕심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서 취하기보다 마음을 정화시키는 속 깊은 자기 성찰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깎아내고 쪼아낸 행위의 결과와 비슷비슷한 형태가 그 크기와 높낮이를 달리하며 작품 속 여기저기 출몰한다. 하나하나 깎아내었다기보다는 대지로부터 한꺼번에 크게 솟아난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차종례가 제시하는 또 다른 소통 가능성과 순서가 확연하게 드러나거나 잡히지 않는, 결코 선후를 다투지 않는 아름다운 출몰이다. 그는 나무라는 재료가 지닌 물성에 대해 직접적으로 탐구하기보다는 그것이 지닌 결을 따라가며, 혹은 거스르며 의식의 흐름을 반영해 ‘드러내기와 드러나기’ 연작을 제작한다.
차종례(b.1968)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조소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그는 성곡미술관, 유아트스페이스, 남포미술관, 싱가폴 Red Sea Gallery, 미국 Redhill Gallery 등에서 개인전 뿐만 아니라 이영미술관, 나로우주센터, 예술의전당, 제주도립미술관, 이천아트홀 개막전, 대전 시립미술관, 미국 Berkshire Museum, 인도뉴델리 국립미술관 등 국내외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공공 및 개인 컬렉션뿐만 아니라 서울 플라자 호텔, 성곡 미술관, 남포 미술관, 판교 코트야드 메리어트, 중국 정저우 JW 메리어트, 미국 네슈빌 호텔, 펜실베니아 연방정부, The Center for Art in Wood 미술관 등을 비롯한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