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In-kyum
KIM In-kyum 김인겸
김인겸 작가는 그 동안 최소의 작위와 최소한의 조형으로 작품의 정신성을 가시의 영역으로 바꾸어 놓는 빈 공간(Emptiness) 시리즈 작품을 해왔다. 그의 작품명 ‘Space-Less’에서도 볼 수 있듯이 김인겸 작업의 키워드는 ‘공간’이다. 작가가 작품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공간은 지각의 대상으로서 인식되는 물리적 공간(Space)인 동시에 사유와 명상이 만들어내는 관념으로서의 공간(Less)으로 두 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서로 합일되는 경지(Space-Less)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시각적으로 입체와 평면의 경계에 놓여 있는 듯한 조형적 특성을 지닌 이 번 전시의 새로운 작품을 ‘Image Sculpture’라 명한다. ‘Image Sculpture’는 물리적 실체의 유무로 구분되는 조각과 이미지의 경계에 위치하며, 물성을 통해 존재가 증명되는 조각이 그 물성을 최소화하는 과정을 통해 보다 정신적인 영역으로 영입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강한 물성을 가진 육중한 존재감에 대치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번 신작들은 마치 공중에 매달아 놓은 듯 전시장 바닥에 가볍게 놓여 있는가 하면, 먹물로 제작된 Sculpture Drawing과 이를 연상시키는 스키니한 조각들이 함께 전시된다. 미니멀적 형태로 이루어져 있는 작품들의 공간은 아득한 깊이를 가지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작가는 보이지 않는 것, 여백, 빈 공간, 무가치의 가치 등 해법이 불투명한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여 규정 지울 수 없는 미궁들 속에서 영혼성을 감지하게 하고자 한다. 바닥에 내려앉은 조각의 얇은 Shadow가 공간을 넘어 벽면을 딛고 오르듯 가볍게 달려있는 조각들은 견고한 물리적 실체로서 구체적인 형태로 지각되는 것을 넘어, 보는 이의 감각과 사유 속에서 부유하며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관념적인 형태로 다가온다. 이처럼 작가의 작품은 감지할 수 있는 것을 통해 감지할 수 없는 것, 그리고 이 둘 간의 허물어진 경계와 합일을 통한 조형의 영혼성을 추구하며, 무한의 통로에 다가가고자 하는 작가의 작업 의식에 한층 더 접근해 있다.
김인겸(1945.11.18.-2018.12.13.)은 홍익대 미대 조소과 및 동 교육대학원을 졸업하였고, 88년 이래 국 내외에서 십여 차례의 개인전을 선보였다. 특히, 그는1995년에 최초로 한국관이 설립된 베니스 비엔날레 100주년에 한국 대표작가로 초대되어 ‘21세기 환경의 중요성’을 바탕으로 한 작가의 시대정신과 새로운 공간창조를 제시한 ‘Project21-Natural Net’를 출품하여 자연과 현대문명의 소통, 건축과 관람자가 일체 되는 독자적인 공간해석으로 국제적 호응을 얻었다. 또한, 1997년 파리 퐁피두센터 스튜디오에서의 작품발표 및 2001년 파리 Odeon 5에서의 개인전 등 국내는 물론 국제무대에서 한국현대미술의 위상을 높인 그의 업적들이 평가되어 1997년에는 가나미술상, 2004년에는 김세중 조각상을 수상했다. 1996년 한국작가로는 최초로 프랑스의 세계적인 미술관 퐁피두 센터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초대되어 활동했던 작가는 2004년 귀국하기까지 파리와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FIAC(프랑스), MESSE BASEL(스위스), ART CHICAGO(미국) 등 주요 국제 전시에 참여하여 한국 현대 조각의 면모를 세계무대에 알리는데 일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