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 : 유동하는 이미지
PIF : 유동하는 이미지
김형수 · 이준원 · 전은숙 · 최승윤
GROUP EXHIBITION
JANUARY 07—FEBRUARY 07, 2025
PYO GALLERY SEOUL
표갤러리는 2025년 1월 7일 (화) – 2025년 2월 7일 (금)까지 김형수, 이준원, 전은숙, 최승윤 작가의 그룹전 《PIF:유동하는 이미지》을 개최한다.
1987년 등장한 GIF(Graphics Interchange Format)는 여러 장의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재생하는 간단한 애니메이션 형식의 ‘움직이는 이미지’라는 새로운 시각 언어를 탄생시켰다. 디지털 시대의 움직이는 이미지 포맷인 GIF(Graphics Interchange Format)에서 착안하여, 이번 전시를 위해 PIF (Paintings Interchange Format) 라는 새로운 실험적인 용어를 제안한다. GIF가 오늘날 웹상에서 기술적 움직임을 표현한다면, PIF는 회화 작품이 지닌 내재적 움직임과 에너지를 포착한다. 정적인 매체로서 회화가 아닌 지속해서 운동하고 유동하고 충돌하여 생성하는 오늘날의 회화를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인다.
김형수 작가는 ‘운동-회화’ 라는 새로운 회화의 영역을 개척하여 물감과 캔버스가 아닌 평면의 디지털 화면을 화폭으로 작업한다. 작가는 이미 존재하는 그림이나 이미지를 움직이는 것이 아닌 움직임으로 만들어내는 텍스쳐를 통해 형상을 그린다. 즉 우리가 육안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대상을 볼 때 뚜렷한 형상이 아닌 그 잔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작가는 반복되는 터치들로 구성된 움직임이 남긴 잔상으로 형상을 만들어 가면서 움직임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운동-회화’를 선보인다.
이준원 작가는 인간의 보편적이고도 개별적인 이야기를 화면에 담아 생의 에너지를 전달한다. 우리는 반복되는 사회와 역사의 흐름을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 개별적 존재들이 저항하고 극복하는 치열한 에너지를 그린다. 작가는 자동기술법(automatism) 페인팅으로 손, 발, 장기, 근육, 눈 등 신체의 부분들을 반추상적 형상으로 구축한다. 이러한 형상들은 여기저기 엉켜 열띤 현장을 이루며 삶의 유한함, 두려움과 용기, 극복과 순응 등이 뒤섞인 에너지 덩어리가 된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새로운 의지와 방향성, 미래를 향한 염원과 같은 생동하는 힘을 발산하며 진동한다.
전은숙 작가는 추상과 구상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색면 놀이의 방식으로 화면을 메운다. 작가는 회화의 기본 구성인 원근감을 생략하고 다양한 색채를 머금은 즉흥적 붓터치의 변주로 새로운 형태를 그린다. 특히 식물을 소재로 번식 방법,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기능 등을 작가의 주관적 시선으로 새롭게 재해석하여 표현하고 있다. 식물은 생태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어 보이지만, 바람에 씨를 날리고 동물에 의해 옮기거나 물로 분산시키는 등 생존과 번식을 위해 체계적인 방식으로 매순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작가는 식물의 단순한 시각적 재현을 넘어 그 안에 내재된 비가시적인 생명의 율동을 표현하여 독특한 시각적 운동성이 느껴진다.
최승윤 작가는 세상을 작동하는 가장 근본적인 ‘반대의 법칙’을 탐구한다. 세상은 들숨과 날숨, 수축과 팽창, N극과 S극, 無와 有, 삶과 죽음 등 반대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로 상반되는 반대로 인해 우리는 세상 속에서 상생한다는 역설적인 원리를 밝힌다. 또한 작품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푸른색은 일반적으로 차가운 색상으로 인식하지만, 우주에서 가장 뜨거운 별도 푸른색이고 불꽃의 가장 뜨거운 부분도 푸른색으로 반대의 법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작가의 거침없는 푸른 획이 화면 위에 펼쳐지자 차가움과 뜨거움, 빠름과 느림, 채움과 비움 등 다양한 반대의 성질들이 화면 안에서 충돌과 공존을 반복하며 역동적 에너지가 유동하며 생성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네 명의 작가가 각자의 고유한 작업 방식으로 회화가 지닌 본연의 내재적 움직임과 에너지를 드러낸다. 회화의 정지된 이미지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보는 이의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며 생성되는 순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